
어제 겪었던 절망.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각자 돌아가 잠을 청했다. 오지 않을 것만 아침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찾아왔고 우리는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실내지도, 특히 실내 경로 안내는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렵다는 걸 인지했다. 경로안내가 빠진 내비게이션... 이건 그냥 온라인 팜플렛 아닌가? 앱까지 깔아서 이걸 볼 가치가 있을까?
이 날 부터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멱살을 잡아서라도 우리 팀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두에게 열심이 있는데 그 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이 생각이 내 머릿속을 고무망치로 치듯 울렸다.
그리고 제안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지금까지 부단히 달려온 것을 다시 한 번 내려놓는 게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실내지도는 조금 더 장기프로젝트로(사이드로) 진행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우리의 첫 한 달은 수면 도메인에서 출발했다. 문제를 발견하고, 풀기 위한 나름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 문제에서 솔루션을 찾았고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탐색하였다.
그 다음 한 달은 실내지도 기술에서 출발했다. 애플의 Indoor maps를 사용하는 사례가 한국에는 없다시피 한데(없다고 보면 된다), 이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Use Case를 뽑아내고 여기서 솔루션을 도출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탐색했다.
기술과 절차에서 막혔고 한 달안에 프로덕트를 완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매일 밤을 새서 개발을 한다고 쳤을 때 뭔가 나온다면 해볼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있다. 하지만 이건 시간을 투입하는 게 아닌 기다림의 연속이 될 것이다. 언제 승인이 날 지 전혀 알 수 없다. 우리가 만든 IMDF의 무결성이 확인되지도 않았다.
마지막 한 달을 UX 챌린지로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어젯밤에 떠오른 아이디어 - 공유 시트를 이용한 정보 관리 솔루션 - 은 명확히 주고 싶은 경험이 있었다. 여기에서 출발해서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다면 한 달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한 달은 세 달 이상의 가치를 낼 확신이 있었다.

위의 내용으로 노션을 준비해 팀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실내지도를 내려놓는 일도 선뜻 결정하기 어렵고, 내가 제안한 솔루션도 검증된 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이걸 설득해야 한다고 확신했기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될때까지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기획을 시작한다면 그건 실내지도보다도 큰 문제가 될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팀원들은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었고 이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실내지도를 완전히 버려야 할 지, 아니면 사이드로 가져가되 다른 것으로 가야 할 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오늘부터 나는 사흘간 서울에 올라갔다 와야 한다. KTX - SRT - GTX - 카카오바이크로 환승하는 일정을 보내야 한다.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오늘의 오후 TODO는 새로운 기획보다는, 진짜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려본다는 생각으로 애플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작성하고,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질문들을 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통화를 두 시간 넘게 하며 기차를 타니 피곤했지만 우리의 열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할 수 있다!!!